이탈리아 친퀘테레 리오 마조레
이탈리아 북서부 리비에라(Riviera) 해안에 위치한 친퀘테레(Cinque Terre)는 '다섯 개의 땅'이라는 뜻으로 리오 마조레 베르나차(Vernazza), 코르닐리아(Corniglia), 마니롤라(Manarola), 몬테로소(Monterosso)에 이르는 다섯 개의 마을을 뜻한다. 이 지역 전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고,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다.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이중 가장 큰 마을인 리오 마조레이다. 이곳에서 마나롤라까지 이어지는 길을 '사랑의 길'이라는 뜻의 비아 델 아모르(Via dell'Amore)라고 부른다. 1킬로미터의 평탄한 길에는 곳곳에 벤치가 놓여있으며 산책로 중간중간 분위기가 좋은 쉼터도 있어 수많은 연인들이 찾는다.
사진 출처 - google 지도
모든걸 내려놓고 천천히 평화롭게 걷고 싶다면
마을이나 도시에도 저마다 어울리는 나이나 계절이 있는 것 같다. 베네치아가 젊음의 열정이 가득한 여름을 떠올리게 하고, 독일의 드레스덴이 인생의 모든 하이라이트를 다 겪은 차분한 노년기의 느낌을 준다면, 이탈리아 친퀘테레의 리오 마조레는 나이 들어 노부부가 함께 오순도순 살고 싶은 마을이다. 친퀘테레는 '다섯 개의 땅', 혹은 '다섯 개의 마을'이라는 뜻인데 리오 마조레뿐 아니라 그림처럼 아름다운 절벽 위의 마을들이 해안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각각의 마을에는 기차나 보트로도 갈 수 있지만, 친퀘테레의 백미인 바위 투성이 해안선은 오직 걸어서만 체험할 수 있다.
올리브와 포도 재배에 여념이 없는 농부들, 한가롭게 낚시하는 사람들, 마치 처음부터 기암괴석에 새겨진 동굴처럼 자연스럽우면서도 알록달록한 절벽 위의 집들. 이곳에서 나이 든 사람들이 살기에 유일한 불편은 가파른 계단들이다. 하지만 그런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노부부들을 대신해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장을 봐주는 착한 젊은이들이 있어 친퀘테레의 노인들은 커다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어부들이 많이 사는 이탈리아의 해변 마을에는 저마다 형형색색의 빛깔로 '자기다움'을 표현하는 각기 다른 집들이 눈에 띈다. 집집마다 개성 넘치는 벽화를 그려주는 화가들도 있고, 자신의 집을 직접 색칠하는 집주인들도 많다. 현지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이 동네 집 색깔이 전부 다른 이유는 어부들이 술을 하도 마셔대서 그래. 술을 진탕 마시고 밤늦게 집에 돌아가려면 색깔이라도 달라야 집을 찾을 수 있을 거 아니야. 믿거나 말거나."
리오 마조레와 가장 가까운 마을인 마나롤라를 잇는 아름다운 길 그곳은 바로 관광도시로도 유명해진 비아 델아모르, 연인들의 길이다. 거대한 바위들을 그대로 깎아 만든 1킬로미터 정도의 포장도로인데, 눈앞에는 에메랄드빛 지중해가 눈부시게 펼쳐지고, 등 뒤에는 형형색색의 마을 풍경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리오 마조레, 미나롤라, 코르닐리아, 베르나차, 그리고 몬테로소, 이 다섯 개의 마을이 바로 '친퀘테레'를 말한다. 이 마을들의 정취를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걷는 것이다. 마을의 고즈넉한 느낌과 옛사람들의 생활 풍습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신작로를 내지 않아 더 생생한 이탈리아 어촌의 옛 모습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자동차도 쇼핑도 욕심도 내려놓은 채 천천히 평화롭게 늙어갈 수 있다면 가끔은 서로 투닥투닥 말다툼을 하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오직 서로인 그런 노부부로 늙어갈 수 있다면..... 박완서의 소설 <속사임>에는 저자가 꿈꾸는 그런 아름다운 노년의 로맨스가 이토록 사랑스럽게 그려져 있다.
봄이 얼마나 잔인한 계절이라는 걸 노부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봄기운이 시키는 대로 한다. 영감님은 오늘처럼 밝은 햇볕 속에서 베갯모 수를 놓고 있는 처녀를 담 너머로 훔쳐보던 옛날 얘기를 한다. 마나님은 귀가 좀 어둡다.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미루어 저 영감이 또 소싯적 얘기를 하나 보다 짐작하고 아무러면요, 당신 한창땐 참 신수가 훤했죠, 기운도 장사고, 이렇게 동문서답을 하면서 마나님은 문득 담 너머로 자신을 훔쳐보던 잘생긴 총각과 눈이 맞았을 때처럼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렇게 되면 이건 동문서답이 아니다. 아무려면 어떠랴, 지금 노부부를 소통시키고 있는 건 말이 아니라 봄기운인 것을.
- 박완서, <속삭임> 중에서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책 中> -저자 정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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