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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탈리아

이탈리아 베네치아 가면 축제, '나의 사라짐'이 아닌 또 다른 내가 되는 것

by La Vida verdee 202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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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책中

베네치아 가면 축제 (이탈리아)


 

매년 2월 사순절이 되면 열흘 동안 열리는 '베네치아 가면 축제 Carnevale di Venezia'를 방문하면 마치 중세의 유럽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다. 수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하나가 되어 고풍스러운 베네치아의 전통의상을 입고, 가면을 착용한 채 축제에 한껏 동화되어 거리를 배회한다. 거기에는 페스티벌의 활기 있는 분위기를 살려주는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흥겹게 춤을 춘다. 축제 기간에는 '천사의 비행 Volo dellangelo', '마리아 축제 Festa delle Marie', '가장 아름다운 가면 Maschera piu bella'이라는 전통적인 행사가 진행된다. '가장 아름다운 가면' 행사에는 관광객들도 참여 가능하다고 하니 이들과 함께 축제를 즐겨 보자.

 

 

 

'나의 사라짐'이 아닌 또 다른 내가 되는 것이 진정한 매력


어떤 특정한 건물이나 대단한 볼거리 때문이 아니라 거리를 하염없이 걷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느낌을 주는 도시가 있다. 베네치아가 바로 그런 곳이다. 베네치아에 다녀온 지 몇 달이 지나 생각해보니 베네치아에서는 실내에 있었던 기억이 별로 없었다.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녔고 목적지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걸어 다니는 속도로 보이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감복하여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베네치아는 내게 목적지 없이도 그저 길 위에 있는 법을 가르쳐 주었따. 그곳에서 저자는 길 위에서 무한히 흔들리는 삶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골목길에서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길을 잃어버려도 걱정이 되거나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렇게 정처 없이 베네치아 거리를 걷다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가게 중 하나가 바로 가면을 파는 가게들이다.

 

이 중에는 가면을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장인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가게들이 많다. 가면을 쓰면 '내 얼굴이 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확 줄어든다. 하지만 가면의 진정한 매력은 '나의 사라짐'이 아니라 '다른 내가 되는것'에 있다. 베네치아 가면 축제가 열리는 동안, 베네치아 사람들은 장장 사흘간 저마다 마음에 드는 변장을 하고 가장 행렬에 합류한다. 산 마르코 광장과 베네치아의 해안은 알록달록한 가면을 쓴 베네치아 사람들과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자신이 직접 만든 의상과 가면을 입고 나오는 현지인들도 있고, 거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해주는 두터운 화장에 기꺼이 도전하는 여행자들도 있으며, 광대 복장이나 민속 의상을 입은 사람들도 많아진다.

 

마치 베네치아의 거리 전체가 거대한 오페라극장이 된 듯한 달콤한 환각을 불러일으킨다. 가면 축제일이 아니더라도 베네치아에서는 어디서나 가면을 구입할 수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아무런 기념일이 아닌데도 저마다 다채로운 테마를 담고 있는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여행자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용감하게 자기 자신을 완전히 버리는 가면을 쓰진 못했지만, 수공예 공방에서 푸른빛이 도는 어여쁜 가면을 하나 샀다. 장인이 직접 종이죽을 풀물에 섞어 한 겹 한 겹 정성스레 빚어낸 가면이었다. 수공예품임에도 불구하고 비싸지 않아 더욱 뿌듯했다. 두 눈과 눈썹 언저리만을 가리는 단출한 가면이었지만, 그 가면을 쓰고 거울을 보면 흠칫 놀랐다. 저자에게도 이런 표정이 있었나, 이런 모습이 있었나, 무섭거나 우승꽝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저 말갛게 놀라웠다. 아주 작은 가면만으로 이렇게 우리의 얼굴이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것, 가면무도회라는 것이 왜 사랑을 찾는 흥미로운 방식인지 알 것 같았다.

 

저자는 가면을 쓴 베네치아 사람들의 매력적인 얼굴을 통해 배웠다. 사랑에 빠질 때 중요한 것은 각자의 생김새가 아니라 가면을 썼음에도 어쩔 수 없이 분출되는 각자의 '자기다움'이라는 것을, 가면은 생김새를 숨기면서 동시에 생김새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무의식의 매력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아닐까. 가면은 얼굴을 가린다. 하지만 가면은 감춰진 우리의 영혼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도발적인 가면을 쓸수록, 우리는 오히려 온전한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당신이 자기 자신이 되려 하는데 모든 것이 그것을 가로막으려고 단합할 때,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 자크 아탈리,<등대> 중에서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책 中> -저자 정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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