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유발의 심리학
3. 대마왕 또라이
감정 조절을 못 하고 사회성 제로인 사람
유형 들 중에서 왕중왕을 꼽자면 두말할 것도 없이 대마왕 또라이이다 (전문용어로는 반사회성 인격 유형) 의학계마저 이들에게 '반사회적'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줬고,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보통 사람들도 이 유형을 이런저런 별명으로 부를 정도다. 흔히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간'이나 '사회 부적응자', '미친 인간'등으로 불리지만, 가장 대중적인 지칭은 역시 '사이코패스 Psychopath'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사이코패스는 지금 소개하는 이 유형과 약간 다른 의미의 용어다.
생물학적 요인이나 유전으로 말미암아 충동적이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기질을 지니고 태어나는 사이코패스와 달리 이 유형은 태어날 당시에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평범한 성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성장하는 동안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반사회적 인격이 형성되는 케이스다. 그래서 일부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런 유형을 '소시오패스 Sociopath'라고
불러 사이코패스와 구분 짓기도 한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서 조금 더 설명한다. 이 유형은 남의 기분에 관심이 없다. 남이야 울든 말든 관심 밖이다. 생각은 오로지 자신과 자기 안위만을 향해있다. 심지어 배우자나 자식도 겉으로만 생각해주는 척하지, 사실은 자기 이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자기편이 많을수록 힘이 더 강해진다는 것은 마피아 보스들이 제일 열심히 추종하는 진리인 법. 그래서인지 유독 마피아 보스 중에 이 유형에 해당하는 인간이 많다.
이 유형의 사전에는 타협이 없다. 법과 규칙 따위는 겁쟁이들이나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생기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얻고야 만다. 그 방법이 폭력이나 불법을 자행하는 것이라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규칙적인 직장생활이나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하는 편이다. 도둑질이나 강도질, 협박을 이용하면 금세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데 직장은 왜 다니고 일은 왜 하겠는가? 이들은 실수에서 교훈을 얻지도 못한다. 그럴 능력이 없다. 벌을 받아도 그때뿐이다. 감옥에서 나오는 순간 벌써 또 일을 꾸민다. 월트 디즈니 만화에 등장하는 귀여운 도둑 개 삼총사 '비글 보이스'가 이 유형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들은 유명 캐릭터 도날드덕의 부자 삼촌인 '스크루지 맥덕' 오리 아저씨의 금고를 털기 위해 늘 고심한다. 심지어 감옥에 들어가서도 다음 범죄를 계획하느라 여념이 없다
(왜 이들이 계속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는지 의문이라고? 설명이 가능한 가설은 오직 하나다. 그 담당 판사도 그 유형일 것이다.)
어쩌다 대마왕 미친놈이 되었을까?
예상했겠지만, 그 대답은 이번에도 어린 시절에서 찾는다. 물론 최근에는 인간의 반사회적 행동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아예 '사이코패스 유전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적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요모조모 따져보면, 사실 이 유형은 인류가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살아남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일단 진화론에서의 성공 기준은 오직 번식률만을 의미한다는 사실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유형은 근본적으로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다 보니 임신한 아내가 있다 해도 버젓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러 다녔을 공산이 크다. 그러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을 테고, 당연히 남들보다 자식을 많이 낳았을 것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전쟁터에서 여성을 마음대로 유린하는 일이 허다했으니 이런 유형의 후손은 그 수가 계속 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타고난 유전적 소인 없이도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겪었을 확률이 높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이 유형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이다. 이런 유형의 여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 숫자는 눈에 띄게 적다. 그리고 소위 '잘 사는 집안'출신이 오히려 이 유형의 성향은 높은 편이다. 유전적 연관성이 있다고 유추할 만한 단서도 나름 여러 가지가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격 형성 과정에서 태어나기 전부터 미리 결정되는 유전자의 영향과 자라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주변 환경의 영향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두 용어를 미리 구분하고 정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더구나 이 책에서는 특정 인격 유형이 상대나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 '인간관계의 양상'에 초점을 두고 있으므로 변동의 여지가 거의 없는 유전자 이야기는 논점에서 벗어나는 듯 보인다.
유전적 소인을 빼면 당연히 어린 시절의 경험이 제일 큰 원인이다. 이 유형은 대부분 문제가 한가득인 집안에서 태어난다.
부모가 음주나 마약 문제를 겪는 비율이 월등히 높고, 남성 가족이 감옥에 들어가는 빈도도 높다.진짜 이 유형의 가족은 감옥살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아니, 거꾸로 형기가 길 수록 '더 강한 녀석'으로 인정받으므로 더 떵떵거릴 수 있다. 열악한 가정환경은 새로운 이유형을 키워내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비좁은 방에서 여러 자녀가 붙어살다 보니 부모의 사랑 대신 강자의 권리만 통한다. 이런 환경은 가정폭력이나 정서적 학대 못지않게 강력한 이 유형을 키워내는 훌륭한 토양이 된다. 어릴 때부터 살아남기 위해 기본 욕구를 채우는 일에 급급하다 보니 이들은 남의 처지도 신경 써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했다. 형제자매는 먹을 것을 빼앗아 먹고, 허구한 날 술에 취해 있는 부모는 '먼저 쟁취하지 못한 것은 네 잘못'이라고 말한다. 사랑과 연민은 받아본 적이 없고 폭력과 냉혹함만 경험했기에 타인의 욕구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유형이 가난한 집안에서만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상류층에도 상당히 포진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가난한 집안의 아빠는 과음하고 싸움을 벌이고 도둑질을 일삼다가 결국 체포되어 감옥에 가며, 그 사이에 엄마는 다른 폭력적인 애인을 집에 데려온다
(그리고 그 애인에게는 딸린 자식이 있고, 그중 일부는 이미 문제아로 변한 아이다)
반면, 중상류층 집안의 부모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대신 의도치 않게 또라이로 성장할 환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가난한 집 아이들은 그래도 정부나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지만, '살만한 집' 아이들을 누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겠는가? 따라서 '좀 사는 집'이 가난한 집보다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이 유형을 더 잘 키울 수도 있다
(금전적 여유 또한 또라이 육성에 큰 도움이 되는 요소이다)
가난한 집안 출신이 이 유형의 왕중왕이 된다고 하면, 상류층 출신 유형은 말 그대로 이 유형의 최종 보스로 등극하는 셈이다. 가난한 집안의 유형은 가난한 것도, 범죄전력이 있다는 것도, 자신이 또라이란것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밝힌다. 하지만 중상류층 유형의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런 사실을 모른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앞집에 사는 그 멋진 청년이 이유형인 줄 아무도 모른다. 남 보기에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에서도 폭력은 벌어진다. 그러나 남편에게 맞는 부잣집 아내와
자식들은 혹시 소문이라도 날까 봐 쉬쉬한다. 지금 누리는 사회적 지위를 잃고 싶지 않기에 얼른 여성보호센터로 도망치지
않고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틴다. 아이들은 당연히 그런 행동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배운다. 때로는 아빠가 때리고 나서 미안한 마음에 비싼 선물을 사주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침묵을 돈으로 살 수만 있다면 폭력을 써도 괜찮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인식한다.
이와 동시에 엄마는 아이들에게 이사실이 집 밖으로 새 나가면 가난해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아빠가 좋은 직장에 다니고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오므로 오히려 가사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달랜다. 아빠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하라고도 한다. 물론 누군가는 왜 이 여성들이 이혼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으려 하지 않는지 의하 해 할 것이다. 그들은 대개 가진 돈이 충분치 않아도 스스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현재 사회적 지위가 마트 계산원 같은 일에 알맞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아내가 남편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라면 상황은 더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가정폭력의 전형적인 가해자는 남편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보니 매 맞는 남편은 동정은커녕 조롱과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매 맞는 남편을 보호해줄 쉼터도 없거니와 맞는 남편은 대부분 이에 큰 수치심을 느낀다.
그래서 그 사실을 쉬쉬하게 되고,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폭력이 목적을 이룰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라고 배운다.
허구한 날 싸워대는 부모는 자식에게 안전과 확신을 심어줄 수 없다. 아이들은 이 힘든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가난한 집안 아이들은 그래도 학교 선생님이 신경 써주거나 이웃의 신고로 청소년보호센터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반면, '좀 사는 집'아이들은 부모에게 절대로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말라는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다. 두 부모 모두 교묘하게 당근과 채찍을 이용한다. 가끔 아이에게 직접 폭력을 가하기도 하지만
(물론 그런 와중에도 이 유형으로 발전은 계속된다)
서로 아이를 자기편으로 삼아 상대와의 전쟁에서 아이를 동맹군으로 이용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부모가 선물이나 돈으로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면, 아이는 인간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없고, 심지어 세상을 자기만족을 위해 이용하기 시작한다. 고의로 싸움을 붙이고 음모를 꾸미면서도 자기 행동의 결과에는 전혀 무관심하다. 어차피 인간은 대체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상대를 조종하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그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금방 따분해진다. 곧 이들은 위험한 취미 생활을 즐긴다. 돈이 없는 이 유형은 차를 훔쳐 한밤중에 불법 레이싱을 할 것이고, 상류층 유형은 사막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에 도전할 것이다.
우연히도 그 유형이 석유 재벌이나 아프리카 독재자의 아들이라도 된다면 따분하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나라와 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당한 지능을 갖춘 이 유형은 더욱 수준 높은 위험을 찾는다. 증권 거래에 손대거나 재무부 장관이 되어 한 나라의 경제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따분하지 않은 삶이니 말이다.
대마왕 또라이에게는 어떻게 대처할까?
제일 좋은 방법은 무조건 피하고 보는 것이다. 이 유형에게 기대할 것이라고는 분노뿐이다.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모진 놈 옆에 있다는 벼락 맞는다.'라고 하지 않던가. 상대가 가난한 유형이라면 지갑이나 차도 조심해야 한다. 직장동료가 이유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선을 확실하게 긋자. 항상 최대한 친절하고 명확하게 응대해야 한다. 하지만 깊이 얽히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사회적 위치가 괜찮은 유형은 대개 권모술수의 대가이다.
이러 때 가장 좋은 조건은 그가 당신한테 잘하면 도움 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다. 그러면 이런 유형도 좋은 동맹군이 된다. 심지어 그와 힘을 합해 다른 이 유형을 물리 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협력 관계는 공동의 적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만이다. 그다음부터는 발을 슬슬 빼서 관계를 정리하던지, 아니면 그 인간을 옭아매거나 떨쳐낼 만한 증거를 꾸준히 모아두기 바란다. 그래도 최고의 방법은 역시 이 유형을 어디서 만나든 즉시 피하는 것이다. 물론 직업이 사회복지사라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또한 심리학자나 정신과 전문의, 경찰, 세금징수원, 판사, 변호사, 교도관 등도 그들을 피할 수 없다.
그 대신, 당신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해줄 그 유형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자.
물론 이 유형도 좋은 점은 있다. 살다 보면 정말 다 잊고 나만 생각하고 싶은 때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경제계나 정계에서는 어느 정도 그런 성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이 유형 기질이 적당히 있다면 장관 정도까지는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거기서 조금 더 심하면 장관 자리로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독재국가를 세우려 하겠지만 말이다.
<분노 유발의 심리학 책 中> -저자 클라우디아 호흐 브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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