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컨설팅 업무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동료 학자들과 연구에 몰두하며 학문의 세계에 빠져 보낸다. 흔히 저자 같은 학자들은 지적 엘리트 계급이라고들 생각한다. 인간관계에는 저자 같은 학자들은 지적 엘리트 계급이라고들 생각한다. 인간관계에는 무능하지만 공부에는 익숙한 '공부 중독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성공한 듯 보이는 동료가 있었다. 그는 늘 활기가 넘쳤고 열심히 일했으며 자신의 분야에 관해서는 거의 백과사전에 가까운 지식을 보유했다. 그는 최고 권위의 과학 전문지에 글을 실었고 신망 있는 기관들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어느 날 그는 다른 경쟁 대학에서 일자리를 제안받았는데, 그것을 이용해 현재 대학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욱 높이기로 결심했다. 그는 학과장에게 가서 다른 대학에서 자신에게 제시했던 조건과 연봉만큼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고 학과장은 그가 속한 학부 교수단에게 승인을 요청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학부 교수단은 거의 만장일치로 승인을 거부했고, 그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될 상황에 내몰렸다. 사실 그는 진심으로 다른 학교로 가기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그는 그 누구와도 잘 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동료들에게 무례했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자주 다툼을 일으켰으며, 일과 연관되어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거들먹거리며 잘난 척했다. 결국 사람들은 그의 전문성과 학문적인 성과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그의 안하무인인 인성만 문제 삼게 된 것이다. 아무리 객관적인 성취가 중요한 세상이라 해도 대인관계에 무능하면 직업에서의 성취도 무색하게 된다.
이 책을 위해 만난 인생의 현자들의 직종을 합하면 수백 가지가 넘는다. 그들은 직장생활에서 성공하는 사람도, 실패하고 무너지는 사람도 보았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라고 얼마나 뛰어난 사람이건, 얼마나 똑똑한 사람이건 중요하지 않다. 성공하려면 인간관계에서 성공해야 한다. 오늘날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은 기술적인 전문성에만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직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핵심 요소 즉, 인간관계는 간과하기 쉽다. 직장생활에서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타인을 생각해주고, 타인의 말을 잘 듣고, 갈등을 해결하는 기술 등이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상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 중요
엔지니어로 일했던 에드워드 호란(72세) 역시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공한 다른 인생의 현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직장생활을 잘하려면 부하직원, 동료, 상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떤 일이든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점은 다 똑같아. 일에서 기술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과 어떻게 지내는지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해.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와 관심 분야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만큼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네. 사람들이 모두 내 생각과 같지는 않다 보니 나 역시 좌절한 적도 많지. 하지만 나를 믿게 하려면 다른 사람들의 의지를 거스르면서까지 그들을 설득하기보다는 그저 그들과 잘 지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네. 그게 바로 내가 직장생활에서 배운 교훈일세."
셸리 도날드슨(67세)은 전직 인력 서비스 업체 이사였다. 그는 역지사지 관점에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어. 대신 나는 질문하는 법을 배웠지. 다른 사람과 잘 지내려면 모든 문제를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줄 알아야 해. 나는 회사 임원회의 때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입장과 반대 입장에 서서 토론을 하게 했어. 보통 자기 관점에서만 문제를 보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해."
레리 타이스(86세)는 군 복무 시절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그 기술을 온몸으로 체득했다. 2차대전이나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이들은 처음에는 주로 같은 지역 출신끼리 한 부대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지역 출신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있게 되었다. 레리는 전쟁에 참전했을 당시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막 입대했을 때만 해도 나는 시골 출신의 어린 소년이었지. 모범생처럼 고분고분하게 자란 그런 아이였어. 우리 가족은 마을에서는 명망 있고 존경받는 가족이었어. 그런데 해군에 입대하고 나니 나도 애송이 중 한 명에 불과하더군. 나는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배웠지.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내 삶에 가장 큰 도움을 주었네. 비좁은 배 안에서 살려면 다른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길 외에 다른 방도가 없거든. 게다가 이전에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이잖아. 나는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지.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구실을 주는 사람만 아니라면 말이야. 그 사람이 누구 건, 어떤 사람이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건 신경 쓰지 않아. 적군이 아닌 이상 괜찮아.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것도 바로 이거야. 사교성 있게 직장동료들과 잘 지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
똑똑한 리더보다는 늘 배우려는 자세를 지닌 리더, 겸손의 중요성
요즘은 직장을 옮겨다니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새로운 직업을 찾아 다른 나라로 가기도 한다. 하지만 팀 버크(87세)는 달랐다.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지금까지 농장일 외에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어. 다들 나더러 농장일이 천직이라고들 하지. 이 농장은 1798년 내 선조가 일군 거야. 내가 이 농장의 7대 농장주이지. 가족농장이긴 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35명이나 돼. 젖을 짤 소도 기르고 농사도 지어야 하니까."
큰 농장을 운영하려면 재정 관리도 중요하지만 인력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일하는 사람들을 잘 관리하려면 농장주 역시 농장 일을 직접 할 줄 알아야 한다. 고용인 개개인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며 무엇보다도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고용인들을 다루려면 인내심이 있어야 해.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돼. 내가 그 사람 인생을 살아본 것이 아니잖은가. 우리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흠잡으려 들려면 끝도 없을지 몰라.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지. 그냥 이렇게 혼잣말을 해. '주제넘게 나서지 말자.'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모든 것들이 아주 달라 보이는 법이라네. 농장 일에 관해 나보다 더 해박한 사람들도 있어. 그런데 이 사람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 나는 그들에게 내 방식대로 일을 시키려고 하지 않아. 주로 의논을 하지. 그때도 주제넘게 나서거나 권력을 휘두르지 않으려고 늘 신경 쓴다네."
인생의 현자들의 조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면 그들이 강조하는 인간관계의 기술에는 단순한 요령을 넘어서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바로 겸손이다. 그들은 타인의 지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지식은 더더욱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똑똑한 리더보다는 늘 배우려는 자세를 지닌 리더를 더욱 높이 평가했다.
앤서니 셸(73세)은 직접 컨설팅 업체도 운영했고 여러 주요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의 원칙 때문이라고 말한다. 바로 콧대를 낮추는 것이다. 한 때 그는 150명의 동료들과 함께 일을 했다. 그가 하는 일은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여서 웬만한 사람들은 설명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전문 분야에서 일했지만 그 역시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특히 겸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음, 내가 했던 일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긴 했지만 나는 늘 모든 사람들이 그 기술에 관해 나보다 더 잘 안다는 자세로 일했어. 내가 남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교만한 마음을 품었다면 사람들을 이용하고 통제하려 했겠지. 그 사람들이 내게 무엇을 주건간에 내 능력만 최고인 줄 알고 일했을 거야."
거울이 아니라 창밖을 보라.
짐 스콧(77세)은 예수회 수사로 아주 오랫동안 학교 행정관으로 일했다. 직업과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을 들려달라는 요청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말문을 열었따. "나는 늘 뭔가를 책임지며 살아왔어." 그가 이런 삶의 태도를 갖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스콧이 어디에서건 늘 지도자 역할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이었고 이는 단지 윤리적 이유만이 아니라 그의 직업과도 연관이 있었다. "나는 나 자신보다는 타인을 더 많이 생각하며 살라는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랐어. 그런 습관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나보다는 주변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지. 얼마 전 한 젊은 남자가 진로를 바꾸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내게 도움을 청하더군. 그래서 내가 말했지. '아주 간단합니다. 누구를 어디에서 만나건, 늘 그 사람들이 당신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들이 당신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아무 문제없이 지낼 수 있을 겁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가장 파괴적인 아킬레스건은 바로 자신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야. 그렇게 하면 결국 문제가 생기니까."
스콧은 자신과 타인을 보는 시선의 차이를 '거울과 창문'에 빗대어 설명해주었는데 그것은 내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오랜 세월 슬픔 속에서 보낸 분들을 대해야 할 때도 있지. 그런 분들을 만나는 일은 나 같은 성직자에게도 버거울 때가 있어.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곧잘 해준다네. '자신을 그만 들여다보세요.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거울 속 자신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저 당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당신 모습만 보이지요. 창가로 가세요.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세요.' 어떤 이들은 책임지는 데 익숙해서 정작 자아가 위태로워지기도 해. 자존심을 세우려 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지나치게 아등바등 사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렇게 살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지지. 마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보는 것처럼. 그런 사람은 거울 앞에서 벗어나 창밖을 내다봐야 해."
인생의 현자들이 들려준 조언을 종합해보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고, 직장에서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최대한 잘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능력이 아무리 빼어나도 직장에서 인간관계가 엉망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가고픈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동료가 어떻게 하면 동기부여가 되는지, 어떤 열망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성공을 향한 진로는 가로막혀버릴 것이다. 적당한 겸손 역시 많은 인생의 현자들이 꼽은 덕목이다. 타인의 지식을 존중하고 자신으로부터 한걸음 물러서야 한다. 거울을 보지 말고 창밖을 보라.
출처 《내가 알고 있는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책中》 - 저자, 칼 필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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