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일에서도 배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해라.", "매일매일 싫어하는 일에 끌려다니는 것보다 더 한심한 것은 없다.",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당장 그만둬라."
그들의 말을 듣다 보면 분명 반문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늘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소한 한 번 이상은 싫어하는 일을 했던 경험이 있다. 아니면 이제 막 그런 일을 시작하려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의 한 식당에서 일할 때는 정말 끔찍했다. 그 식당에서 내가 한 일은 끝도 없이 쌓이는 접시며 냄비를 닦는 일과 손님이 가고 난 뒤 시간이나 되는 것처럼 지루하게 흘렀다. 그러다 한 번은 스테이크용 칼에 손을 베어 꿰매야 했는데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집에 일찍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처음 시작할 때는 그렇게 대단치 않은 직업이나 이상적이지 않은 일을 한다. 때로는 가장 쓸모 있는 일, 언젠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그 분야 입문 단계의 일들을 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답답하고 불쾌하고 활기 없는 환경에서 일해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실제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눈이 반쯤 감긴 가게 점원, 예민한 은행 창구 직원, 무표정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 등 하는 일이 도통 재미 없어 보이는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 따윈 집어치워!" 그들에게 인생의 현자들이 들려주는 답은 하나다. "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가치를 찾아라."
지루하고, 재미없고, 유쾌하지 않은 일에 관해서라면 우리보다 인생의 현자들의 경험이 더 풍부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들 중에 전도유망해 보이는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입학하고 취업공부에 목을 매다 졸업 후 화이트칼라 직종에 취업하는, 요즘 젊은이들과 유사한 여정을 걸어온 이들은 극히 소수다. 인생의 현자들 중에 가장 성공한 사람들은 오히려 가장 평범하고 지루한 일을 배움의 변화시켰던 사람들이다.
인생의 현자들의 이야기
그 대표적인 예가 샘 윈스턴(74세)이다. 샘은 고난도 기술이나 전문적 능력이 필요한 여러 가지 일들을 했다. 그는 엔지니어 훈련을 받았을 뿐 아니라 마케팅 업무도 했고 총지배인 일을 한 적도 있다. 그는 자신이 직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좋아하지 않는 일에서도 뭔가를 배울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을 학습 경험으로 보고, 지식을 축적하는 기회로 활용한 것이 핵심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중요한 말이 있다네.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모든 일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거야. 거기서 배운 것들이 훗날 어떤 가치를 발휘할지는 아무도 몰라. 살다 보니 정말 싫지만 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도 참 많았네. 그런 일들을 할 때면 내가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지. 하지만 그 와중에도 배운 점이 있다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내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세. 나는 대학시절에도 돈을 벌어야 했기에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했네. 대부분 사람들이 별로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그런 일들이었지. 그런데 그때 했던 일들이 훗날 내가 고용주가 되었을 때 직원들을 이해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네. 정말 가치 있게 이용된 셈이지. 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해. '무슨 일을 하든지 배워라. 그 경험은 언제든지 가치를 발휘한다."
샘은 남다른 통찰력으로 터득한 소중한 지혜를 주었다. 가장 좋은것, 가장 빛나는 것에서만 배울 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해로운 것들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야. 흔히 '누구에게나 좋은 면은 있다.'라고 하지. 말 그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좋은 면을 가지고 있어. 설령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나쁜 예를 보여줌으로써 도움을 주지. 그러니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모두에게 배울 점이 있다네. 누구든지,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이든지 상관없어." 무슨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내 삶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테파니 페링턴(75세)의 사례를 보자. 그녀는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을 그만두고 일자리를 찾아내섰고 은행에 취직했다. 겉으로 보기에 그녀가 하는 일은 지루하고 스트레스가 많으며 성취감이나 발전 기회는 거의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게 생각했다. 자신의 직업을 다른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기고 큰 의미를 두었다.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는데 은행에서 연락이 왔어. 아마 2년 계약직이었을 거야. 그렇게 일을 시작했고 대학교에는 복학을 못했지. 은행에서 나는 신용부서에서 일을 했는데 주로 대출 관련 업무를 했어. 나는 그 일을 사람들을 돌봐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열에 아홉은 뭔가 큰일이 생겼기 때문에 못 갚는 거잖아. 그런 사람들을 보살피는 입장이 되면 그들에게 한꺼번에 6개월치 대출금을 당장 갚으라고 말할 수는 없지. 그들과 함께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 그 사람들도 알고 보면 다 좋은 사람들이거든. 그 사람들이 자리를 잡게 되면 은행도 다시 그 사람들과 거래를 할 수 있으니 회사에도 이익이지. 한 번은 상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거야.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네. 간부회의 시간에 지점장님이 한 고객의 편지를 내게 주는 거야. 우리 부서 직원들을 칭찬하는 내용이었어. 고객들이 대출금 회수 부서를 좋아할 리가 없는데 말이야.' 하지만 고객들은 우리를 좋아했지. 우린 그들을 돕는 방법을 찾았거든."
인생의 현자들이 제시하는 또 다른 방법은 설사 별 볼일 없는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자신이 맡은 일을 훌륭하게 잘해내라는 것이다.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이라고 해서 계속 무관심한 태도로 일을 하면 점점 그런 생각만 강해질 뿐이다. 해결 방법은 주인의식과 그 일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태도다.
조지 빌랄바(79세)는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매우 만족하며 산다. 그는 어떤 직업이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아마 그의 말을 듣고 나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든 더욱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건축현장에서 일할 땐데 내와 다른 한 사람이 용접 일을 맡아했어.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보다 내가 용접한 것을 훨씬 더 좋아하는 거야. 이유는 아주 간단했지. 바로 자부심 때문이었어. 용접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지금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느냐 없느냐는 아주 중요하지. 무슨 일을 하든 무슨 상관인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거지. 그리고 그 일에 자부심을 갖는 거야. 그 사람도 나처럼 용접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단 한 번도 용접을 멋지게 잘해 매끈한 외관을 만들겠다고 죽어라고 노력한 적이 없었거든."
가끔 살아가는데 중요한 지침을 한 마디로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인생의 현자도 만나게 된다. 키스 쿤(74세)이 그런 사림이었다. 키스는 최악의 직업조차 도움이 되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 컨설턴트로,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업무 환경을 제안하는 일을 주로 했다. 그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제시한 조언은 무슨 일을 하건 일하는 동안 배울 수 있는 만큼 배우라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 일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텐가? 어떻게 하면 그 일이 내게 도움이 되겠나? 직장생활에서 겪는 모든 것들이 다 배움의 기회라는 사실을 명심하게. 또 상황파악도 잘해야 하네. 직장생활의 목표는 끊임없는 배움이라네.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없어. 훗날 삶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울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거야. '글쎄요. 제가 하는 일은 너무 지루해요. 도통 배울 것이 없죠.' 그래도 뭔가 배울 것을 찾아야 해. 일을 하면서 늘 배울 기회를 찾고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봐.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지 말게. 의식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해야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거기서 뭔가를 배우게."
출처 《내가 알고 있는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책中》 - 저자, 칼 필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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